봉원사 현성스님 벽담스님

성철스님─해탈의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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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28회 작성일 14-06-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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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의길(1)/성철스님⊙

불교의 근본원리로서
“일체 만법이 하나도 멸하는 것이 없다”
(一切萬法 不生不滅)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영혼만이 죽은 후에 윤회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도 멸하지 않고 그 형태만 바뀌어 갈 뿐이지
영원토록 윤회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양초에 불을 붙이면 양초는 타서 없어집니다.
이것은 양초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가 분산된 것이지
결코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분산된 원소는 인체나 짐승, 나무 등에 모두 흡수되어 자꾸 도는 것입니다.
즉 물질의 원소는 하나도 없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영혼이 있어 인과에 의해 윤회를 한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요즘 세상을 보면 도둑질도 하고, 살인도 하고….
온갖 짓을 다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인과법칙을 분명히 알면 죄 지을 수 없는 것입니다.
자작자수(自作自受) 자기가 짓고 자기가 받을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불교의 근본은 바로 이 점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영원하여 지은 바 업에 따라 윤회를 하며
영원토록 상주불멸인데 불교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하고 묻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불교가 필요한 것입니다.
중생이란 나쁜 일은 많이 해도 착한 일은 많이 못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업을 짓고, 윤회를 하고, 고통을 받고…
그러나 부처님을 믿고 부처님 법을 따라서 수도를 하면
결국에는 스스로 깨쳐 생사해탈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윤회도 인과도 모두 벗어나 버리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합니다. .

「스님, 불교에서는 윤회가 있다고 하는데 윤회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왜?」

「죽고 난 후에는 아주 그만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우선 편하게 살겠는데
내생이 있고 인과가 있다고 하니 겁이 나서……」

「글쎄, 나도 인과가 없고, 내생도 없었으면 좋겠어.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잘못한 것이 더 많을 것이고
내생에 락(樂)보다는 고(苦)를 더 많이 받을 터이니
안과가 없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우리가 없었으면 한다고 해서 없어질까?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해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안되지. 이미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자연의 법칙, 인과의 법칙에 의하여 윤회하는 것을
벗어나는 길은 오직 영원히 자유 자재한 성불의 길,
해탈의 길로 가는 방법 밖에 없어.
그 길로 가는 것이 좋지 않겠어.」

또 한번은 여름에 젊은 학생이 절을 4000배나 하고 백련암에 올라 왔읍니다.
다리가 아파서 걷지도 못하고 삼배를 하는데 잘 일어서지도 못했습니다.

「무엇을 묻고 싶어서 왔나?」

「실제로 윤회가 있습니까?」

「있다면 뭐하게?」

「윤회가 확실히 있다면 대학이고 뭐고 다 버리고
윤회의 문제부터 해결하려고 합니다.」

「윤회의 문제라니?」

「윤회를 벗어나는 해탈의 길을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윤회가 있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하여 승려가 되고 싶습니다.
윤회가 없다면 걱정이 없으니 마음대로 살려고 합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그러나 윤회는 확실히 있어. 인과도 분명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그 자리에서 딱 결정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아무리 말리더라도 나는 다른 길을 걷지 않겠습니다.
윤회를 벗어나는 길, 해탈의 길을 걷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학생은 승려가 되어 지금도 공부를 잘하고 있습니다.
경전에도 있지 않습니까?

사람 되기 어려운데 이미 되었고,
불법 듣기 어려운데 이미 듣나니,
이내 몸을 금생에 제도 못하면,
어느 생을 기다려서 제도하리요.

우리가 도(道)를 닦아 성불하기 이전에는 영혼이 있어
자꾸자꾸 윤회를 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무한한 고(苦)가 따르는 것입니다.
나고 죽고, 나고 죽고……
이것이 소위 생사고(生死苦)라는 것입니다.
이 무한한 고를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천당을 갈 필요도 없고,
극락을 갈 필요도 없고,
오직 사람 사람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초능력 즉
무한한 능력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활용하면 극락이나 천당은 아무 소용도 없고
이 현실에서 무애자재한 대해탈의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곧 우리 불교의 근본 입장입니다. ’

불교에서는 “영원한 생명, 무한한 능력”을
불성(佛性), 법성(法性), 진여(眞如)라고 표현하여
누구든지 이것은 똑같이 평등하게 갖고 있습니다.
이 능력을 개발하면 곧 부처이니 달리 부처를 구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생사해탈의 근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불교의 근본진리, 구경진리를 바로 깨치면 그 깨친 경계는
영겁불망(永劫不忘) 영원토록 잊어 버리지 않고,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통 일상 생활에서 학문을 익힌다든지,
기술을 배운다든지 하는 것은 시간이 좀 지나면 희미해져 버리지만
도를 깨쳐 도를 성취하면 이 깨친 경계는 영원토록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금생, 내생은 물론 여러 억천만생을 내려 가더라도
어두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것에 따르는
신비하고 자유 자재한 신통묘력(神通妙力)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이제 그 실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중국 송(宋)나라 때 곽공보(郭功甫)라는 시인이며 대문장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시인인데,
그의 어머니가 그를 잉태할 때 이태백의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세상 사랑들은 모두 그를 이태백의
후신(後身)이라고 하였는데, 그는 천재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곽공보의 불교 스승이 누구냐 하면 귀종선(歸宗宣) 선사라는
임제종의 스님입니다. 한번은 선사께서 곽공보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내가 앞으로 6년 동안을 네 집에 가서 지냈으면 좋겠다.」

「이상하다, 스님께서 연세도 많은데 어째서
우리 집에 와서 6년을 지내 살려고 할까?」

그날 밤이었습니다. 안방에서 잠을 자는데,
문득 자기 부인이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입니다.

「아이구, 여기는 스님께서 들어오실 곳이 아닙니다.」

「자다가 왜 이러시오.」

그는 부인을 깨워 물어 보았습니다.

「이상합니다. 꿈에 큰스님께서 우리가 자는 이 방에 들어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불을 켜서 내가 보여 줄께 있어.」

그리고서 낮에 온 편지를 부인에게 보여 주였습니다.
그 이튿날 새벽에 절에 가 보니 어젯밤에 스님께서 가셨다고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입적(入寂)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열달이 지나 부인은 사내아이를 낳았습니다.
모든 것으로 볼 때 귀종선 선사가 곽공보의 집에 온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아들 이름을 선로(宣老)라고 지었습니다.
“선 노스님”이라는 뜻입니다.

생후 일년이 지나 아이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을 하면서부터 누구든지 “너”라고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제자 취급입니다.
그리고 법문을 하는데 생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자기 어머니, 아버지도 큰절을 하고 큰스님 대접을 하였습니다.
이것이 소문이 났습니다.
그 당시 임제종의 유명한 백운단(白雲端) 선사가
이 소문을 듣고 한번 찾아왔습니다.
백운단 선사를 보고 세살 된 아이가 “아하, 우리 조카 오네” 하였습니다.
전생의 항렬을 치면 백운단 선사는 귀종선 선사의
조카 상좌가 되는 셈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사숙님”하고 어린애에게 절을 안 할 수가 있겠습니까?
백운단 선사 같은 큰스님이 넙적 절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스님과 헤어진지 몇 해가 되었습니까?」

「한 4년 되지. 이 집에 와서 3년,
이 집에 오기 일년전에 서운암에서 만나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조금도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 장소도 틀림없습니다.
백운단 선사가 보통의 이론적인 것이 아니고
아주 깊은 법담을 걸어 보았습니다.
세살 먹은 아이가 척척 받아 넘기는데,
생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 법담은 장황하여 다 이야기 못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전등록(傳燈錄) 등의 불교 역사에 자세히 나옵니다.
이것이 유명한 귀종선 선사의 재생입니다.
그 후 약속대로 한 6년이 지나자 식구들을 불러 놓고,

「본시 네 집에 6년 동안 지낸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난 간다.」

그러고는 그대로 죽어 버렸습니다.
이것을 격생불멸(隔生不滅)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생을 바꾸어 태어나도 전생 일을 잊어 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계속)

-법문 출처: 해인지<해인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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